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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내과의원
공복에 아메리카노 vs 라떼… 내 몸에 맞는 커피는?
커피로 하루를 여는 풍경은 이제 현대인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첫 모금으로 정신을 깨우고, 출근길에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손에 든 채 걷는 모습은 하나의 일상 루틴이 됐다. 공복에는 아메리카노가 더 자극적이라거나, 라떼는 속은 편하지만 혈당을 더 올린다는 등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속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작 어떤 커피가 내 몸에 맞는지, 그리고 왜 같은 커피인데도 어떤 날은 속이 불편하고 어떤 날은 괜찮은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전승엽 원장(잠실에프엠의원)의 견해를 통해, 공복 커피가 우리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어떤 커피를 선택해야 하는지 검증해 본다.
공복 커피, 왜 더 자극적일까?
공복 상태에서는 위 안에 음식이 없어 커피의 산 성분과 카페인이 곧바로 점막을 자극한다. 이때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해 속 쓰림,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심박수와 각성도를 높이는데, 공복에는 이러한 반응이 더욱 강하게 발현되기도 한다.
반대로 식후에는 음식물이 완충제 역할을 해 위 자극이 완만해지고, 카페인 흡수 속도도 늦춰져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전 원장은 "같은 커피라도 공복에서는 위와 대사 반응이 훨씬 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위가 약한 사람은 공복 커피 섭취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유가 들어간 라떼는 괜찮을까?
라떼는 우유가 위산을 일시적으로 중화하고 점막을 감싸 자극을 줄여주기 때문에, 공복에 마시면 상대적으로 속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위장 자극' 관점일 뿐, 대사적 부담은 다른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우유 속 유당·단백질·지방은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더 빠르고 크게 올릴 수 있어, 아메리카노보다 혈당 반응이 더 클 수 있다.
전승엽 원장은 "라떼는 위에는 부드럽지만, 혈당 반응은 아메리카노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바닐라라떼·카라멜 마키아토처럼 시럽이나 액상 당류가 들어간 커피는 공복에서 흡수가 매우 빨라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다. 전승엽 원장은 "공복에는 단 음료의 흡수 속도가 훨씬 빨라 혈당 스파이크가 쉽게 발생하고, 이후 피로감이나 식욕 증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공복 커피,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공복 커피가 위와 혈당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궁금해지는 것은 "그렇다면 공복에는 아메리카노와 라떼 중 어떤 선택이 더 안전할까?"라는 점이다. 두 커피는 맛뿐 아니라 산도·당 함량·대사 영향이 크게 달라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먼저, 아메리카노는 칼로리가 매우 낮아 다이어트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산 성분과 카페인이 그대로 들어 있어 위에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만약, 속 쓰림이나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은 더욱 부담을 느낄 수 있고, 반복되면 증상이 악화될 위험도 있다.
반면 라떼는 위 자극은 줄지만, 혈당 상승폭은 더 크다는 점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어느 쪽이 더 건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개인의 위장 상태·혈당 반응·유당 소화 능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승엽 원장은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메리카노보다 라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라떼도 불편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에 소량의 우유를 더하는 방식이 좋은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꼭 마셔야 한다면? 전문가가 권하는 섭취 팁
불가피하게 공복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위와 혈당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완충 전략'을 함께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커피를 마시기 전 물이나 견과류, 요거트처럼 가벼운 음식을 조금만 섭취해도 위 점막을 보호해 자극이 크게 완화된다. 라떼를 선택할 때는 저지방·무가당 옵션을 고르면 혈당 상승 폭을 줄일 수 있고,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디카페인 커피에 소량의 우유를 더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또한 공복 커피를 자주 마신다면 탈수 증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승엽 원장은 "커피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마시느냐"라며 "아침 공복은 대사 반응이 가장 예민한 시간대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